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2021. 4. 11. 08:24
나 역시 '죽을지도 몰라서'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거절하고 취소하는 건 처음이었다. 혹시 그동안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누군가의 이메일 한 구절도 사실은 죽음을 의미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여러 군데 메일을 보내다가 문득 이것이 소위 말하는 신변정리라는 걸 깨달았다. '신변정리'라는 건 굉장히 거창한 일인 줄 알았지. 하긴 나는 죽음도 거대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닥쳐보니 죽음이란 건 실로 간단했다. 내가 있을거라 믿어 의심지 않았던 자리에 내 몸이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 나의 스케불러에 '그날' 이후 적힐 계획이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 심지어 그것은 큰일도 아니엇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압축될 수도 있었다. (p.12) 지금 우리는 마치 살인 청부업자 같잖아. 영화 [펄프 픽션]에 나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