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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자.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p.27)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 수 없었는지, 왜 누군가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합니다. 개인적 수준의 원인을 지적할 뿐, 그 원인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은 조사하지 않거나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것은 어떠한 정치, 경제적인 힘들이 특정 개인을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러한 사회구조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답입니다. (p.34)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하지요.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때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p.57)

 

"선생님, 그 녀석들 열여섯 살에 교도소 들어와서 마음이 아직도 열여섯 살입니다. 사회생활도 하고 사람도 만나야 변하는데, 그 아이들은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거였구나. (p.323)

 

자유를 빼앗기고 감금생활을 하면서 죗값을 치르는 것이지 아플 때 방치당하는 것까지 징역살이에 포함될 이유는 없다고요. 또 어느 사회에서나 죄를 짓는 사람의 대다수는 사회에 있을 때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해 의료서비스로부터도 소외된 약자들이기도 하니, 교도소에서라도 그들을 치료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요.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