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Book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정 대리, 김 사원 편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묵념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화면을 본다. 다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긴다. 이러다가 인간의 엄지 손가락 지문이 사라질 것 같다. [p.58]

매년 실적을 보면 이익을 꾸준히 내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항상 위기라고 말한다. 회사 내 어딜 가나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구들이 북한의 선전 포스터마냥 곳곳에 붙어 있다. 직원들에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대에 맞춰 변화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무엇이 혁신이고 무엇이 창의이고 무엇이 변화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p.68]

그리고 저에게 설명할 게 있으면 구두로 하세요. 보고용 장표 없이 말로 해도 충분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과하게 포장한 보고서입니다. 작년, 재작년 보곳에서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는 것도 하지 마시고요. 필요 없습니다. 최소한 팀 내부 업무에서는 형식적인 것에 매이지 마세요. 핵심만 짚고 넘어가면 됩니다. [p.106]

생활 습관이나 집안일 하는 방식이나 같이 살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바꿔야 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겠지, 바뀌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실망도 큰 것 같아. 나도 처음에 그랬거든. 어쩌면 상대방에게 큰 기대르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결혼생활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p.143]

연애를 할 떄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결혼은 사랑에 현실이 더해진 시작점이다. 마치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취업이 모든 게 끝인 것 같지만, 혹독하면서 허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p.166]

아무도 내가 여기에 모래성을 만든지 모른다. 나만 안다. 잠시 시간이 지마녀 나조차도 어디에 모래성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뭐든지 쌓은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마음의 성도 비슷하다. [p.167]

대학원 졸업 후를 상상해보면 재취업 시장이 논앞에 그려진다. 또 다시 부품이 된다 할지라도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에는 차이가 았다. 인생의 가치관이자 신념, 그리고 자기 만족에 관한 것이다.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