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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Book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 과장 편

이 동네에서 밤새 술을 마셨거나 지하철 에서 잠들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심해 보이지 않는다. 술에 완전히 취했지만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택한 사람이다. 절약 정신이 나름 투철하다. 나와 비슷한 부류다. 
저 사람이 집에 잘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p.9]

신입 때만큼은 아니지만 사원증을 찍고 드르륵 문이 열릴 때 느껴지는 희열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p.10]

집에서도 조용히, 회사에서도 조용히, 늘 조용히 한다.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p.10]

나는 아주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약간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천천히 먹을 수도 이싿. 대한민국의 과장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p.12]

아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면, 우리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씩 꺼낸다.
이제야 쉬는 시간이다.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않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오늘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 시간을 위해서 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보낸 것 같다. [p.13]

편의점 알바조차 제대로 못하다니.......
나는 잘하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숨 쉬기? 밥 먹고 자고 먹고.......
돼지네.
돼지는 죽어서 돼지고기라도 남기지....... [p.20]

아, 체리가 이런 맛이구나.
어라, 씹다 보니 씨가 있다. 이걸 뱉어야 하는 건가, 삼켜야 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냥 삼키자.
그렇게 계속 파이팅 넘치는 페리를 씨와 함께 열 개는 먹은 것 같다. [p.48]

두 분의 삶 자체는 동등한 가치를 갖지만, 삼의 질은 다르다.
처음에는 직업 떄문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결국 돈 때문이다. [p.62]

내가 아무리 정신질환자여도 자기들이 뭔데 나의 가능성을 짓밟으려는 건지. 지금의 나는 대서양 한가운데에 던져진 꽆게보다 못한 꽃게랑이지만 언젠가 한 마리의 돌고래가 되어 마음껏 바다를 횡단하겠다고 다짐한다. [p.67]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수를 만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고수들을 찾아 지식을 더 깊고 넓게 키워야겠다고 마음먹는다. [p.72]

"나무를 베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쓸 것이다."
링컨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내 옆에 수북이 쌓인 자료들이 나의 도끼를 갈아 줄 것이다. [p.76]

내가 왜 일을 하는지,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왜 그런 목표를 정했는지, 혹시 목표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결국 파고들다 보면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되더라고.
나는 누구인가. 닌,ㄴ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자네는 이런 생각 해봤나? [p.85]

회사원이 회사에 무관심해지면 그 회사는 어떻게 될까. [p.95]

우리 본부장은 자기가 속으로 이미 답을 정해놔. 그리고 각 팀장들 보고 어떻게 할 건지 보고하라고 해. 자기가 정해놓은 답과 비슷한 보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그게 나오면 그나마 낫다면서 그걸로 하자고 그래. 결과가 안 좋으면 보고를 했던 팀장한테 뒤집어씌워. 그렇게 지금 10년 째 임원하고 있어. [p.97]

세상은 따뜻하다. 차가운 이 세상에도 틈틈이 온기 있는 곳이 있다.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내가 그때 옆 사람이 남긴 반찬과 라면을 몰래 먹던 것을 보셨던 것 같다. [p.98]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p.99]

할아버지가 내 얼굴을 다시 쳐다보신다. 누가 봐도 희끄무레한 얼굴과 뽀얀 손은 농사와는 거리가 멀게 생겼다. 이 순간 그나마 내가 햇빛을 등지고 앉아 얼굴에 그림자가 졌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p.100]

제육부장관을 만나고 나온 기분이다.
반찬부장관을 만나고 나온 기분이다.
국방부장관, 교육부장관, 외교부장관들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
여기 제육볶음과 친구들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p.103]

그냥 한 번 떠본 듯한 느낌이었다. 시험 하나를 통과한 기분이었다. [p.104]

그러나 넘어가지는 않았다. 나같이 저공 비행하는 인간이 정직, 신뢰, 윤리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추락하는 비행기에 탄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에게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p.104]

언젠가 나태해지는 순간이 찾아와 내가 트럭에 치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 부모님에게 깔끔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기 떄문이다. [p.105]

어떤 집단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소속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마음속에 동그라미를 그려 그룹을 만들고, 각 분야의 사람들 이름을 채워 넣으면 그게 소속이 된다.
결국 소속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p.109]

아파트는 이미 다음어진 보석이고, 땅은 다듬어지기 전의 원석이다. 원석은 알아보기가 힘들다. 본질을 깊숙이 꿰뚫어보려고 집요하게 몰입하는 자만이 원석을 알아볼 수 있다. [p.125]

상황이 팍vkr한 사람이면 저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다. 현실을 직시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어떻게든 유리한 방향으로 행복회로를 돌린다. 남들은 다 사기라고 할 때 본인만 기회라고 믿는다. 남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할 떄 본이만 행운의 여신이라고 믿는다. [p.130]

마지막 계란말이를 양보한다는 것은 나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p.131]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집착하는 것, 예를 들면 내가 키만 컸으면, 내가 금수저였으면, 내가 머리가 좋았으면,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런 가정들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p.133]

서른 살. 어른들이 보기에는 뭐든 할 수 있는 한창 나이지만 내가 느꼈던 서른 살은 힘겨운 시기이다. 이십 대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연애, 결혼, 직장, 미래, 돈과 관련하여 밀려오는 허탈함과 불안감, 한편으로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 같은 것들이 모두 섞여 뒤엉킨 그런 나이다. [p.133]

더 행복해지기 위한 것과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 잘 생각해봐. [p.146]

역시 직업이란 적성이 아니다. 적응이다. [p.150]

회사는 나를 먹여 살려주지 않는다. 퇴사만이 정답이라고 각인되어 있지만, 회사는 도움이 되고 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싿.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각자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p.153]

박 사장님은 미리 꺼내둔 케첩을 찻잔에 짠다. 계란말이 위에 바로 뿌리지 않아 다행이다. 아마도 예전에 탕수육 소스를 붓지 안혹 찍어먹는 나의 성향을 파악하신 듯하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감사를 갖게 한다. [p.156]

자는 사람은 흔들어서 깨우면 되는데 자는 척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아. [p.157]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거기서 어떤 가치를 느끼고 뭔가 배울 점이 있다면 계속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봐.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