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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Book

왜 아가리로만 할까?

 

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그러다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책을 마주했다. 이 '힐링' 도서는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내 인생을 관찰하기라도 한 듯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책에서 저자는 힘들면 쉬어가도 괜찮다고 달콤하게 속삭여주었다. 드디어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힐링북에 취해 살았다.
힐링북의 달콤함이 진하면 진할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긴 숙취가 찾아왔다. 그렇게 한참 숙취에 시달린 끝에 깨닫게 되었다. 힐링북을 보면서 현실을 마주하길 거부하고 있었던 나 자신을. 따뜻한 말만 속삭인 그 책은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다. [p.11]

결국 다들 아가리만 터는 게 문제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도 '해야지, 할거야!'라고만 할 뿐,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p.12]

미루는 것은 습관이다. 
모닝콜 한 번에 잠에서 깨지 못하고 '다시 알림'을 누르는 것부터, 여태껏 딴짓하다가 마감 기간 직전에 허겁지겁 어떤 일을 끝내는 것까지.
혹시 여러분의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우리 모두 '아가리'다. 오늘도 우리는 성장도, 성공도 그렇게 미루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인생에 무기력과 실패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혹시 우리 모습에서 스스로를 발견했다면 인정하자. 여러분 역시 아가리 혹은 잠재적인 아가리라는 것을. [p.17]

오직 '체면'을 위해 소비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써가며 인생을 낭비하는 동안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한편, 이 세상엔  '다른 유형의 욜로족'들도 있다.
이른바 자기 계발형 욜로족. [p.18]

욜로 라이프를 즐기는 사이, 주변에는 하나둘씩 소위 '잘나가는'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최연소 과장으로 승진한 친구도 있고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가 된 친구도 있다.
여전히 내가 명품 가방 할부를 갚아 나가는 동안 돈을 꽤나 모았다는 친구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 친구들이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배알이 꼴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못 살아온 건가?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보아도 당장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사에서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니 욜로가 반ㄷ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성공한 친구들은 현재를 희생하고만 사는 걸까? 그들도 나름의 욜로 라이프를 살고 있었다. 다만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하는 '다른 의미에서의 행복'을 택했다. 그게 나와는 달랐다. [p.19]

다른 사업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자신이 사업에 적합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업을 감당할 경제력이 있는지 자가 점검이 필요하다. 또, 해당 업종에 대한 사전조사도 필수다. 실제 사업을 운영해본 사장님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후에 시작한 사업일지라 해도 성패는 알 수 없다. 어디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내서 먹고사는 게 쉬운 일인가.
흔히들 주변의 누구누구가 잘된 경우만 보고서 자신도 사업을 하면 성공할 줄 알고 섣불리 사업에 뛰어든다. [p.21]

아, 다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할까?
현재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내 인생에 반전의 계기가 생겼으면 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각자 사업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니면 현재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업을 시자하고 싶다면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사업하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월급쟁이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성공한 소수는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심지어는 성공을 하고 나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을. [p.22]

살다보면 좋은 인연을 만나고 그럴듯한 기회를 마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온 기회는 함정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자신의 미래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 그 누군가는 당신을 그저 수단으로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순히 인맥을 늘리는 게 아닌 실력을 키우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당신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당신과 함께 일하려고 할 것이다. [p.23]

기성세대는 우리를 온실에 가두어 이 안에서 안전하게 크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우리의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어 버렸다. 간혹 용기를 내어 이를 벗어나보려는 도마뱀들에게 '날라리' 또는 '양아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시간이 흘러 온실 밖으로 기어 나왔더니 요즘 젊은 도마뱀들은 왜 이렇게 비실비실하냐며 혀를 내찬다.
그들이 가두어 길렀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온실 속의 우리에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을 기회가 없었다. 국영수를 잘하거나 국영수를 못하거나였다. 잘하는 것도 국영수 중에서 찾아야 했고 잘 하지 못하는 것도 국영수 중에서 찾아야만 했다. 이렇게 학생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가면 성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 막상 대학교에 와 보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십 년 지나온 시간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볼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았다. [p.31]

어른들은 자신들이 정해준 길로만 가면 된다고 했다. 어른들 말 들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고, 엄마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스스로에게 맞는 길인지 아닌지는 생각해볼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길을 탐험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중간에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길을 바꿔본 경험이 없었기에 이제는 다른 길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고 싶기도 하다.
'다른 실이 낭떠러지면 어쩌지?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굳이 다른 길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방향감을 상실한 도마뱀들은 그렇게 잔뜩 움츠러든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아가리로 울어대는 것뿐이다.
자기가 경험한 '성공 방정식'을 남에게 강요한다면 그는 나이를 떠나 '꼰대'가 된다.
기성 도마뱀들은 급류를 버텨야만 했던 힘든 삶을 살아왔다. 아무리 그렇다 해고, 온실에서 자란 요즘 도마뱀들 역시 온실 속에서 제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해서 살아남았다. 우리는 단지 환경에 너무 잘 적응하고 순응한 잘못밖에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둔 온실에 말이다. [p.32]

하지만 불행히도 인생에는 BEST 메뉴라는 것이 없다. 그러니 음식 취향도 잘 모르는 우리가 인생의 취향을 어떻게 알겠는가?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있으니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 하지만 내 미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 그래도 삶의 주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의 취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지금부터라도 선택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앞으로는 '아무거나' 좋아하지 말자. [p.36]

성공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돈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면 성공했다고 인정해주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실패했다는 인식이 생겼다. 대기업이 아니면 괜히 주눅이 든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실패자로 낙인이라도 찍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도리어 큰 소리를 쳐보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잘 안 풀리는데, 주위 시선 때문에 더 주눅이 든다. 모든 게 하기 싫고 힘이 다 빠져버린다.
자존감? 먹는 건가? 내가 한심한 사람인 것만 같다.
이러한 패턴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인생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거울에서는 언젠가부터 공허한 마음을 가진 아가리가 나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p.37]

좋은 결과에는 칭찬이라는 보상이 따라온다. 하지만 성공 없는 도전에는 보상이 없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나서봤자 실패하면 남는 것은 쪽팔림뿐이다.
'괜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자.'
그렇게 우리는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p.38]

우리 아가리들은 정말 독창적이다. 같은 환경에서 각자 다르게 사고한다. 누구든 실패할까봐 겁을 먹고 도전하지 않으며, 누구는 실천하고 노력해서 성공하더라도 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지레 포기한다. 항상 실천을 거부할 새롭고 합리적인 이유를 창조해낸다.
직장인들은 천장부지로 올라간 집값을 바라보며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분지족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실천을 포기한다. [p.57]

우리도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무기력이 몸에 밴다. 주위에서는 의지와 근성이 약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잦은 실패를 겪으면 아가리들뿐만 아니라 누구든 무기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p.62]

'아니, 이런 뻔한 소리는 나도 하겠다. 뭐 서울대 간 사람이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말이랑 뭐가 달라?'
그러나 '뻔하다'는 것은 진리가 담긴 말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했던 그 비슷한 말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결국 옳다고 증명되었다. ... 어쩌면 이제껏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잊고 지내던 방법일 수도 있다. 혹은 이미 알고 있던 방법들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안심해라! 한번 본다고 해서 손해될 일은 없다. [p.64]

경험상, 뇌는 좌절감보다는
성취감을 훨씬 좋아한다.
나처럼 너무 원대한 목표를 잡아서 실패를 맛보았다면, 목표를 확 줄여보는 게 어떨까? [p.70]

통제 불가능한 현실에 처해 있다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게 이미 정해진 것만 같은 절망, 아무리 애써봐도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도 분명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 [p.77]

진정한 도움은 이런 합리적인 낙관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막연히 "다 잘 될거야"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보다는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앞으로 나가는 데에는 그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합리적으로 돕고 사는 것은 상대방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p.77]

우리가 태생적으로 무언가 부족해서 '아가리'인 것이 아니다. 누구나 마음 속 아가리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누구나 아가리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가리는 노력을 통해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는 '상태'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견제'해야 할 '마음의 일부분'이다. [p.82]

방식이 무엇이든, 모든 작전의 밑바탕에 '지지 않는다'는 의지를 기본 옵션으로 넣어두자.
완전한 승리도 없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패한 것도 아니다. ... 아가리와의 작은 전투에서 수없이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삶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작전의 가짓수는 무한하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삶과 일을 계속 사랑하기만 한다면, '순간'의 전투는 어찌될 지 몰라도 분명 우리는 '삶'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p.82]

지금의 나는 아무렇게나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짧은 인생에서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봤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으며 얻은 내공은 알게 모르게 내 안에 쌓였다. 고려 시대 도공들이 그리하였듯,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부술 줄도 알아야 한다. 비록 영혼을 담아 정성들여 빚어낸 작품이더라도 말이다. [p.86]

과거의 내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로부터 만들어진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줄기세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삶의 불확실성은 매 순간 존재한다. 이 불확실성은 사실 삶의 기회였다. 지금부터는 이 기회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남들 시선에 맞춰 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 주어진 하루를 악착같이 살아가자. 그러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나는 백수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아가리로 불평만 늘어놓지 않는다.
설령, 무엇인가 되기까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괜찮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렇기에 두렵지 않다. [p.86]

어릴 적, 해리포터를 보고 나서 너도나도 나뭇가지를 들고 '익스펙토 페트로눔!'을 외치고 다녔다. 또, 로맨스 영화를 본 날에는 마치 오늘 당장 운명의 상대를 만날 것만 같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낼 때도 그렇다. 힘든 사람의 사연을 접하고 나면 어느샌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수많은 설득의 기술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그만큼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87]